목포경찰서 경장 김효선

[기고] “아가씨 여청..수사....가 어디유?” 80대 지긋한 할머니가 여청수사팀이라고 쓰여진 푯말 밑에서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꼭 닫힌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신다. “할머니 무슨 일로 오셨어요?”하고 물으니 묻는 말에는 대답을 피하고 그저 “여청 수사하는 데로 오라 했는디”라고만 하신다.

할머니 두손을 이끌고 여청수사팀 문을 열어드리니 “아이구 바로 앞인데 여길 못 찾고 한참을 해 맸네”하신다. 어색하게 웃는 할머니를 안내해드리고 나오니, 그분의 세월의 흔적이 내손에 묻어나온다.

무슨 일이든, 누구의 일로 오셨든 저분이 경찰서까지 오게 된 이유는 분명 좋지 않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지난해 아들에게 맞고 폭행 사건을 처리하셨던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맞고도 아들이니 용서해달라고 하셨던 그 할머니가 지금은 어떻게 지내시나 하는 생각에 이 할머니를 보고도 씁쓸함이 얼른 가시질 않았다.

노인인구는 65세 이상 인구를 말하고 전체 인구중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3.5%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에서 2026년이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사회를 세우느라 한때는 주인공으로 젊음을 바친 그분들이 지금은 노인학대를 경험하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65세이상 노인 1만451명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대피해경험이 있다’라고 응답한 노인이 9.9%로 10명중 1명은 노인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현 정부가 사회적 약자보호를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이에 경찰에서도 3대치안정책을 선정해 젠더폭력, 아동 노인학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젊은 시절 사회의 중심이 되었던 분들이 어느덧 사회적 약자가 되어 노인학대라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지난 6.15일 제1회 노인학대예방의 날이라는 기념일이 만들어졌다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두고 노인이 평온하게 살 수 있는 나라는 그 다음 세대가 될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현실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만큼이나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도 필요한 시대. 부디 내게 길을 물었던 그 할머니에게 이제는 지나온 세월의 지혜를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며 앞으로 30년 후 노인이 될 한 사람으로써 노인학대 근절을 외쳐본다.

목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경장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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