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철 한국지방자치경찰정책연구원 원장
양영철 한국지방자치경찰정책연구원 원장

[독자기고=양영철 한국지방자치경찰정책연구원 원장(제주대학교 명예교수)]

12월 9일은 자치경찰의 날

자치경찰법안이 올해 8월에 상정될 때만 해도 시행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하지 않았다. 제출된 모델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도, 그동안 논의되어 정리된 이원화 모델도 아닌 일원화 모델이기 때문이다.

일원화 안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분권을 연구하는 학자, 단체들이 반대가 심하였고, 연판장도 수없이 돌렸다. 주도권을 가진 국가경찰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경찰서마다 자치경찰 반대 플래카드가 즐비하게 걸러졌다.

경찰법 전면 개정안이라는 자치경찰 실시법안이 20대 국회에서는 3선 여당 중진이 대표 발의했지만 실패했다. 이번은 초선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니 불안은 당연지사였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실시한다고 해도 올해 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8월에 제출된 안이 한 달만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되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두 달여 만에 합의안을 만들고 곧바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부의하는 숨 가쁜 순간들이 연일 벌어졌다.

대표 발의한 김영배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에서 법안 토론과 공청회 몇 번이 순탄하게 넘어감에 따라 김영배 의원의 리더십이 더욱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심의를 기다리는 시간은 1년은 기본이고, 2년은 당연지사이고, 3년은 보통이라는 국회 문화를 생각할 때, 경찰법 전면 개정안이 법안 제출 3개월 만에 처리되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행정안전부 소위에서부터 본회의 법안 통과 과정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 지금까지 약 17년 동안 자치경찰법안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자치경찰 정책과 함께 보낸 본 필자의 감격은 이날을 ’자치경찰의 날‘로 마음속에 새겨 놓았다.

지금 실시하는 정책이 좋은 정책

사실 이번에 통과된 자치경찰제에 대한 비판은 나도 동참하는 부분이 많다. 많은 학자들은 이번 모델을 지방분권의 원칙에 의해 역 분권, 심지어 ‘타치경찰’이라고 극언까지 한다.

특히 20대 국회까지 제출되었던 이원화 모델이 올해 6월까지 문재인 정부 공식 안이였다. 그런데 이 안이 단지 코로나 상황 때문이라는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일원화로 전환된 과정은 아무리 변명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모델도 실천이 없는 정책은 전혀 의미가 없었음을 숱하게 경험했다.

처음부터 잘 만들어진 모델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면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자치경찰 시행은 다양한 권력기관이 관여하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는 안을 만들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미 군정부터 논의되었던 자치경찰제가 70여 년 동안 논의만 하다가 실시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하여 이제는 가장 좋은 자치경찰제는 ”지금 실시하는 안”이라고 명명해 주고 싶다.

이제는 성찰과 협력만이 남아 있다

이번에 실시하는 자치경찰제는 역대 정부처럼 분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검경수사권의 조정과정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 때문에 이번 자치경찰제는 분권 부분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 취약한 점은 실시과정에서 수정되어야 하는데 이는 관계자, 특히 국가경찰과 광역자치단체의 성찰과 협력이 선결돼야 한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이번 법안은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모호한 규정이 너무나 많다. 가보지 않은 모형이기에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성을 이용하여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려 하거나, 과도한 해석을 통해서 상대방에 대해 견제를 하려고 하는 순간 이 제도는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 실시가 실패로 끝났을 때 돌아오는 부메랑은 혹독할 것이다.

더 많은 권한과 조직을 가지면서 더 강한 자치 경찰방안이 도입될 것이다. 이때는 국가경찰과 광역자치단체에 기존 자치경찰 실시 실패의 책임을 물어 주도권에서 제외될 것이다.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과정에서 검찰이 철저하게 개혁이 대상이 되고 주도권을 잃었던 모습이 재현될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이번 자치경찰제 실시를 주도하는 국가경찰과 광역시도는 자신들의 기관과 조직보다 ‘국민, 주민’을 가운데 놓고 생각하는 성찰이 선행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성찰 속에서 구축한 상호협력체제는 논의조차 변변하게 하지 못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출발하는 ‘일원화 자치경찰제’ 항해에 유일한 등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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