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용 전 국회의원

[현장뉴스=조영정 기자] 정상용 전 국회의원이 5·18 38주년을 맞아 지난 12일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띄운 글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정 의원은 5·18 광주항쟁 당시 시민투쟁위원회 외무부위원장을 지냈고 시민군 출신으로서 제13·14대 국회의원(광주서구)을 지낸 바 있다.

 

정 의원의 글 [전문]

봄비가 내리는 5월.

바보같이 감기란 놈 하나 이겨내지 못하고 일주일째 비틀거리는 내 자신이 한심하고,

매년 5월이 되면, 수많은 동지들을 잃고 살아남았다는 부끄러움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들은 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거침없이 버린 것일까?

무엇을 위해? 남은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어찌하라고.

80년 당시 도청항쟁지도부였던 게 나에겐 명예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수많은 희생에 대해 누구보다 더 큰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매년 5월이 오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부끄러워진다,

세상 사람들이 광주5월에 대해 잘못된 편견으로 비난할 때마다 마치 오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분노로 치를 떨곤 한다,

80년5월은 80만 광주시민과 대다수의 전남도민이 하나가되어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전국적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함께했던 위대한 항쟁이었고 세계역사상 유례없는 위대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던 자랑스런 역사였다,

10일간 광주시민이 보여주었던 드높은 민주의식은 내가 아는 한 세계혁명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시민혁명과정이었다고 확신한다,

4,500여정의 총기가 시민들에게 쥐어졌음에도 시민들은 스스로 질서를 지켰고 은행하나 털리지 않고 평상시보다 더 평온하게 공동체의식을 보여주면서 나누지 않았던가,

위대한 시민의식은 6월항쟁으로, 그리고 촛불혁명으로 이어져왔고 문재인정부 탄생의 밑거름이 되어 이제는 남북화해와 통일을 향한 대장정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89년 국회광주청문회에 증인으로 증언할 때 당시 민정당 모 의원이 "국군에 대항해 총을 들고 싸운 것은 반역이 아닌가?"라고 물었을 때 난 이렇게 답변했다

"그렇게 질의하는 당신도 당시에 나처럼 광주에 살고 있었다면, 우리처럼 똑같이 총을 들고 싸웠을 것이다, 그것이 518이다"

항쟁 10일간의 위대한 시민의식을 보았다는 사실은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이다,

당시 죽음을 결의하고 함께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동지들 모두가 나에겐 형제 이상의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에겐 가슴 저린 그리움이면서 아픔이기도 하다,

집에서 누워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두서없이 맘 가는 데로 넋두리처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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