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를 매몰자 우려···수색견·굴착기 투입해 수색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독자제공)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독자제공)

[현장뉴스=조영정 기자]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 1대가 매몰돼 승객 9명이 숨졌고, 8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0대 1명, 30대 1명, 40대 1명, 60대 5명, 70대 1명으로 파악됐다. 최연소는 17세, 최고령은 76세이다. 10대는 17세 고등학생으로 확인됐다.

당초 소방당국은 버스에 탑승한 승객을 12명으로 추정했지만 수색 작업 중 추가로 승객 사망자가 연이어 발견되면서 사상자는 17명으로 늘었다.

당국은 버스 내부 승객을 17명으로 최종 발표하고 버스 수색을 종료했다.

다만 건물 잔해로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건물 잔해 더미에서 추가 수색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버스가 정류장에 약 5초간 정차했다 출발하는 순간 건물이 무너져 버스 뒤쪽에 타고 있던 승객들의 피해가 컸다. 사망자 9명은 대부분 구겨진 버스 뒤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당한 버스는 동구 무등산국립공원(증심사)과 북구 전남공무원교육원을 오가는 '운림54번' 버스이다.

소방당국은 앞서 승용차 2대와 근로자가 함께 매몰됐다고 발표했지만 CCTV 확인 결과 사고 직전 승용차는 버스 뒤에 멈춰 서면서 사고를 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내부와 외부에 2명씩 총 4명의 작업자가 철거 작업에 투입됐지만 작업 중 건물에서 소리가 나는 등 이상 조짐이 보이자 붕괴 전 현장에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된 보행자 역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작업자들이 대피 후 상황 파악을 하느라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건물은 2~3일 전 철거 작업이 시작됐고 이날은 5층에서 굴삭기 등으로 건물을 허무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작업 중 건물에서 소리가 나는 등 이상 징후가 감지됐고, 작업자들이 대피한 후 갑자기 굉음과 함께 연쇄 붕괴가 발생했다.

붕괴 충격으로 공사현장을 둘러싼 임시 가건물인 비계가 충격으로 함께 무너지면서 왕복 7차로 도로까지 건물과 함께 토사가 흘러내렸다. 건물 잔해는 도로 앞 버스정류장에 멈춰 선 시내버스를 그대로 덮쳤다.

당시 맞은편 버스정류장의 유리가 깨질 정도로 충격이 상당했고 붕괴된 건물잔해와 토사의 높이가 10m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광역시는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해 구청, 보건소, 경찰, 한국전력공사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상황 대응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동하고 장비 63대, 대원 480여명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펼쳤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10일 오후 1시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진행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장 작업자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독자제공)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독자제공)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11시30분쯤 건물 붕괴 현장을 찾아 "사고 원인은 추후에 밝히더라도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고 주문했다.

소방당국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보고받은 전 장관은 "인명피해가 커서 너무나 안타깝다"며 "가장 먼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혹시라도 건물 붕괴가 일어난 인도 인근에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소방당국은 철저하게 수색작업을 이어가 달라"며 "광주시, 동구청, 국토부, 경찰, 소방 모두 사고 원인에 대해 책임지고 밝혀내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이용섭 광주시장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진두지휘하면서 사고수습과 병원방문, 대책회의에 나섰다.

이 시장은 본인의 SNS을 통해 “새벽 3시. 어제 오후 4시22분경 동구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수습과 병원방문 그리고 대책회의 끝내고 집에 들어가고 있습니다만 비통한 마음에 발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고현장에서 모든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서 단 한분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너무나 소중한 시민 아홉 분을 잃었고, 또 다른 여덟 분은 병상에서 크나큰 고통을 겪고 계십니다.”라며 “너무나 죄송스럽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우리시는 즉각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고, 건물철거 허가권자인 동구청에는 바로 사고수습본부를 꾸렸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국토부·경찰청 등과 함께 철저하게 사고원인을 조사하여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하청 등의 제도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겠습니다. 건설현장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도 허가관청에만 맡기지 않고 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타깝게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면서 “부상자들 또한 빠른 꽤유를 빌며 치료에 어려움 없도록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발생한 학동4구역은 사업면적 12만6433㎡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총 2282가구가 들어서는 재개발지역이며, 2005년 재개발추진위 설립 후 2007년 정비구역 지정에 이어 두 차례 조합설립변경 인가를 거쳐 2019년 10월부터 보상과 이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이 주택개발정비사업조합으로부터 4630억9916만원에 사업을 수주한 이후 본격적인 철거와 착공에 들어갔다.

한편 광주 동구청은 9명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차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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