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가 크다고 두 개로 쪼개면 둘 다 죽죠”
기자 차담회를 통해 인공지능 분산화 비판, 어등산 최후통첩
중앙공원, 금호타이어, 복합쇼핑몰 등 민감 현안 수면 위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사진=조영정 기자)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사진=조영정 기자)

[현장뉴스=조영정 기자]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캠프 인사를 발탁하던 초창기 인사스타일에서 전문가 등용으로 바뀌고, 유튜브 제작에도 직접 나서면서 민선7기 임기말 리더십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시장이 도시철도 2호선과 광주형 일자리로 돌파 행정을 보인 뒤 임기 중반 협치에 방점을 찍은 데 이어 임기말 다시 ‘강한 리더십’을 꺼내들어 남은 임기 9개월이 시민과 시장 모두에게 중요한 시간이 됐다.

임기동안 마부작침(磨斧作針), 중석몰촉(中石沒鏃), 우공이산(愚公移山), 응변창신(應變創新), 임중도원(任重道遠) 등 여러 사자성어를 들어 좌절과 시련을 딛고 ‘놀라운 결과’를 주문했던 이 시장과 민선 7기 시정이 피할 수 없는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이 시장이 최근 기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인공지능(AI) 거점 분산을 골자로 한 ‘디지털 뉴딜 2.0’ 정부 구상안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이 시장은 ‘AI 분산전략’에 대해 “정부가 바뀐 것도 아닌데, 분산화하면 씨를 뿌릴 수도, 열매를 맺을 수도 없다”면서 “하계휴가 중에는 관련 부처 장관을 직접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에 대해 “일이나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도시계획 심의가 번번이 보류된 데 대해선 ‘매우 유감’”이라며 더딘 행정을 질타했다.

또한 이전 부지를 둘러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문제와 관련해 “관내 이전이 최선이지만 땅값 등 여러 사정상 빛그린산단 내 함평지역으로 이전을 원한다는 사업자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관내 이전’ 대원칙을 접고, ‘전남 이전도 수용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발언 이후 광주공장 이전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시장은 16년째 표류 중인 어등산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측에 사업권 반납을 포함한 ‘대승적 결단’을 최후통첩했다.

반 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선 ‘광주 공약’의 3대 키워드로 군공항 이전, 인공지능, 달빛내륙철도를 제시했다.

지난 23일에는 일부 시민들 사이에 요구가 커진 복합쇼핑몰 문제와 관련해 복합쇼핑몰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권 보호와 시민 편의 사이에서 상충할 수 있는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원론 수준이었지만 언급 자체를 꺼렸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광주시 온라인 소통 플랫폼) ‘바로 소통 광주’ 제안방과 제 SNS에 많은 분이 복합쇼핑몰을 유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제안하고 있다”며 “다소 예민한 문제지만 (논의를) 계속 피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통시장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찬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 시점을 미뤘다.

이 시장은 “광주는 나눔과 연대를 통해 고난을 극복해왔고, 효율성과 편의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지역 상권을 붕괴시키거나 소상공인을 거리로 내모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시민 편의, 삶의 질, 도시 경쟁력을 외면하면 인구가 감소하고 길게는 소상공인도 피해를 본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용섭 시장은 “여름밤에 더워서 문을 열려고 하면 다른 가족은 모기가 들어오니 문을 닫자고 한다. 이때 어머니의 선택은 모기장을 치고 문을 여는 것”이라며 “대형 쇼핑몰이 필요하다는 시민, 생계 위협을 우려하는 자영업자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하고 동반 성장, 상생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은유적 해법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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